테니스를 친 지 1년 2개월째인데 그동안 라켓을 세 자루 썼습니다. 바볼랏 퓨어드라이브를 3개월, 헤드 그래비티 MP를 1년, 요넥스 이존을 5개월입니다. 기간을 더하면 구력보다 길어지는데 그래비티를 주력으로 두고 이존을 번갈아 썼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그래비티 하나만 들고 나갑니다.
세 자루 모두 제 돈으로 샀습니다. 첫 자루는 당근마켓 중고였고 나머지 둘은 새것이었으며, 가격대는 셋 다 25만원에서 30만원 사이로 비슷했습니다. 협찬이나 대여로 받은 건 하나도 없습니다.
라켓 후기는 이미 인터넷에 많습니다. 다만 대부분은 한 자루를 놓고 제원표를 설명하거나 시타 몇 번 해본 인상을 적은 글입니다. 저는 성격이 꽤 다른 세 자루를 각각 몇 달씩 실제로 쓰면서 돈도 쓰고 시행착오도 겪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느낀 차이를 그대로 적어보겠습니다.
세 자루를 사게 된 순서와 이유
처음 산 건 바볼랏 퓨어드라이브였습니다. 완전히 초보일 때라 뭘 골라야 할지 몰랐고, 당근마켓에 저렴하게 나온 중고를 잡았습니다. "초보는 일단 무난한 걸로"라는 조언을 그대로 따른 선택이었습니다.
두 번째가 헤드 그래비티 MP입니다. 퓨어드라이브가 저한테는 너무 딱딱하게 느껴져서 다른 라켓을 찾던 중이었고, 이형택 선수가 쓰는 걸 보고 관심이 생겨 구매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라켓이 지금까지 1년째 제 주력입니다.
세 번째 요넥스 이존은 필요해서 산 게 아니었습니다. 그래비티만 계속 쓰다 보니 한 자루 더 갖고 싶어졌고, 그래비티가 컨트롤 성향이니 이번엔 파워형으로 골라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5개월 정도 그래비티와 번갈아 써봤지만 결국 그래비티로 돌아왔습니다.
세 라켓을 쓰면서 실제로 느낀 차이
스펙상의 무게나 밸런스 수치보다, 공을 칠 때 손에 남는 느낌이 훨씬 크게 갈렸습니다. 세 자루를 한 표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라켓 | 사용 기간 | 직접 쳐보고 느낀 점 |
|---|---|---|
| 바볼랏 퓨어드라이브 | 3개월 | 공은 잘 나가는데 타구감이 너무 딱딱했다. 손에 오는 충격이 부담스러웠다 |
| 헤드 그래비티 MP | 1년(현재 주력) | 손과 팔에 오는 부담이 확실히 덜하다. 발리에서 공이 원하는 만큼만 나간다. 스윙할 때 걸리는 느낌 없이 부드럽게 돌아간다 |
| 요넥스 이존 | 5개월 | 파워는 셋 중 제일 좋았다. 다만 스윙 궤도에서 뭔가 걸리는 듯한 이질감이 끝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
바볼랏 퓨어드라이브 — 3개월 만에 내려놓은 이유
퓨어드라이브는 흔히 초보자에게 가장 많이 추천되는 라켓입니다. 실제로 공은 쉽게 나갔습니다. 문제는 타구감이었습니다. 공이 맞는 순간 손으로 올라오는 충격이 저한테는 지나치게 딱딱했습니다.
이건 라켓이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프레임이 단단하면 힘 전달은 좋지만 그만큼 충격도 그대로 옵니다. 그 감각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고, 저처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중고로 싸게 산 덕분에 안 맞는다는 걸 3개월 만에 알게 된 셈이라 그 점은 다행이었습니다.
헤드 그래비티 MP — 1년째 이것만 쓰는 이유
그래비티로 바꾸고 나서 가장 먼저 달라진 건 부담이 줄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같은 시간을 쳐도 손과 팔에 남는 느낌이 확실히 덜했습니다. 팔에 무리가 쌓이면 어떻게 되는지는 테니스 엘보 초기 증상에 정리해뒀는데, 그 내용을 알아보고 나서 이 차이가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두 번째는 컨트롤입니다. 특히 발리에서 체감이 확실했습니다. 네트 앞에서 공을 툭 얹어 보내는 상황에서 공이 제가 의도한 만큼만 나가줍니다.
세 번째는 스윙 궤도입니다. 말로 설명하기 애매한데, 라켓을 휘두를 때 걸리는 느낌 없이 제 스윙대로 따라와 줍니다. 저한테는 이 항목이 파워보다 훨씬 중요했습니다.
요넥스 이존 — 파워는 좋았지만 5개월 만에
이존은 확실히 파워가 나왔습니다. 같은 힘으로 쳐도 공이 더 멀리 갔고, 스트로크에서 밀린다는 느낌이 적었습니다. 파워형을 원해서 산 만큼 그 목적 자체는 충족됐습니다.
그런데 스윙을 할 때마다 어딘가 걸리는 듯한 이질감이 있었습니다. 다섯 달을 썼는데도 이 느낌이 익숙해지지 않았고, 결국 코트에 나갈 때 자연스럽게 그래비티를 집게 되더군요. 라켓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제 스윙과 안 맞았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초보는 파워형"이라는 조언, 저한테는 안 맞았습니다
유튜브나 블로그를 보면 초보자에게 퓨어드라이브나 이존 같은 파워형을 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힘이 부족한 초보가 공을 넘기기 쉽다는 논리인데, 저는 그 두 자루를 모두 거쳐서 컨트롤형인 그래비티에 정착했습니다.
즉 파워형이 틀렸다기보다, 그 조언이 모든 사람에게 들어맞지는 않는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손에 오는 충격을 얼마나 견디는지, 발리를 자주 하는지에 따라 답이 달라집니다. 이건 스펙표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나오지 않고 직접 쳐봐야 알 수 있습니다.
세 자루 값을 치르고 정리한 순서
25만원에서 30만원짜리를 세 번 사고 나서 정리한 건 이렇습니다.
- 첫 라켓은 굳이 새것을 살 필요가 없습니다. 저도 첫 자루는 중고로 샀고 3개월 만에 안 맞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새것이었다면 손해가 훨씬 컸을 겁니다
- 가능하면 사기 전에 빌려서 쳐보는 게 가장 좋습니다. 샵이나 주변에서 시타 기회를 구할 수 있다면 몇 게임이라도 쳐보는 편이 후기 열 개보다 낫습니다
- 스펙에서 볼 거라면 무게와 밸런스부터 보는 게 순서입니다. 이 부분은 테니스 라켓 무게에서 따로 정리해뒀습니다
- 같은 라켓이라도 그립 사이즈와 스트링에 따라 느낌이 달라집니다. 라켓을 바꾸기 전에 이 둘부터 손봐도 꽤 달라집니다
가격이 셋 다 비슷했다는 점도 짚어두고 싶습니다. "비싼 걸 사면 잘 맞는다"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제일 비싼 수업료는 돈이 아니라, 안 맞는 라켓으로 보낸 시간이었습니다.
세 자루 쓰고 남은 한 자루
1년 2개월 동안 세 자루를 거친 지금 제 손에 남은 건 컨트롤형인 헤드 그래비티 MP 하나입니다. 파워가 제일 좋았던 이존도, 가장 많이 추천받는 퓨어드라이브도 남지 않았습니다.
라켓은 남의 후기로 정답을 찾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는 게 세 번의 구매로 얻은 결론입니다. 다만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법은 있습니다. 첫 자루는 중고로 가볍게 시작하고, 기회가 되면 빌려서 쳐보고, 라켓을 바꾸기 전에 그립과 스트링부터 조정해보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만 지켜도 저처럼 세 자루까지 가지 않아도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