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를 시작하고 처음 공을 사러 갔을 때, 매대에 "연습구"라고 적힌 통과 "시합구"라고 적힌 통이 따로 놓여 있어서 뭘 사야 할지 몰라 한참 서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레슨받을 때는 연습구(무압구)로 연습하고, 회사 사람들과 칠 때는 다들 가져오는 시합구를 함께 쓰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구분해서 쓰고 있는데, 아직 초보라 특정 브랜드를 정해놓고 사지는 않고 그때그때 있는 걸 쓰는 편입니다.
시합구(유압구)란
시합구는 정식 경기나 동호인 대회에서 쓰도록 만들어진 공입니다. 공 내부에 압축 공기가 채워져 있어 탄성이 좋고, 처음 뜯었을 때 반발력이 가장 뛰어납니다. 대신 이 공기압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빠지기 때문에, 한 번 개봉하면 성능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개봉 후 2주 정도가 지나면 탄성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고 알려져 있어서, 실제 시합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면 매번 새 통을 뜯기엔 다소 아까운 선택입니다.
연습구(무압구)란
연습구는 압축 공기 대신 고무 자체의 탄성에 의존하는 공입니다. 시합구보다 반발력과 무게감이 조금 다르게 느껴지지만, 압력이 빠질 걱정이 없어서 훨씬 오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매주 레슨을 받거나 벽치기, 서브 연습처럼 공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상황이라면 연습구 쪽이 경제적입니다. 공식 경기에는 쓸 수 없지만, 랠리 감각을 익히는 연습 단계에서는 굳이 시합구를 쓸 필요가 없습니다.
공통 규격은 정해져 있다
용도는 달라도 국제테니스연맹(ITF) 규정상 지름과 무게 기준은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 항목 | 기준 |
|---|---|
| 지름 | 약 6.54~6.86cm |
| 무게 | 약 56~59.4g |
| 반발력 | 2.54m 높이에서 떨어뜨렸을 때 135~147cm까지 튀어야 함 |
이 기준을 벗어나면 정식 경기용으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초보자 입장에서 굳이 이 수치를 외울 필요는 없지만, 왜 어떤 공은 잘 안 튀고 어떤 공은 너무 잘 튀는지 궁금했다면 이 규격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공 보관하는 법
사용하지 않는 시합구는 캔에 담긴 상태 그대로 밀봉해서 보관하면 압력이 조금 더 오래 유지됩니다. 일단 캔을 개봉했다면 직사광선이나 차 트렁크처럼 온도가 많이 오르내리는 곳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열과 습도 변화가 반복되면 고무 자체가 빨리 삭아서, 연습구든 시합구든 반발력이 예상보다 더 빨리 떨어질 수 있습니다.
얼마나 자주 새 공으로 바꿔야 할까
정해진 정답은 없지만, 시합구는 한 번 개봉하면 대략 2주 안팎으로 탄성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진짜 시합을 앞두고 있다면 그 시점에 맞춰 새 캔을 뜯는 게 좋습니다. 연습구는 이보다 훨씬 오래 쓸 수 있지만, 표면 털이 심하게 닳아 매끈해지거나 눈에 띄게 물렁해졌다면 그때가 교체 시점이라고 보면 됩니다. 굳이 날짜를 세면서 관리하기보다, 공을 튕겨봤을 때 예전만큼 튀어 오르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면 바꿔주는 정도로 충분합니다.
실내 코트냐 실외 코트냐에 따라 다른 공도 있다
의외로 놓치기 쉬운 부분인데, 테니스 공은 사용하는 코트 표면에 따라서도 종류가 나뉩니다. 흔히 "익스트라 듀티(Extra Duty)"라고 표시된 공은 표면 펠트가 더 두껍고 촘촘해서 마모가 심한 하드코트 같은 실외 코트용으로 적합하고, "레귤러 듀티(Regular Duty)"는 펠트가 조금 더 얇아서 실내 코트나 클레이코트에 어울립니다. 실외 하드코트에서 레귤러 듀티 공을 쓰면 생각보다 빨리 털이 닳아버리는 걸 경험할 수 있는데, 어떤 코트에서 주로 치는지에 따라 이 표시를 한 번쯤 확인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브랜드마다 느낌이 조금씩 다르다
윌슨, 던롭, 헤드, 펜 등 여러 브랜드에서 테니스공을 만드는데, 브랜드마다 펠트의 촉감이나 소리, 반발력이 미묘하게 다르게 느껴집니다. 처음부터 이 차이를 구분하기는 어렵고 사실 구분할 필요도 없지만, 어느 정도 손에 익은 뒤에 우연히 다른 브랜드 공을 쳐보면 "어, 느낌이 다르네" 하는 순간이 옵니다. 그때 가서 본인 스타일에 맞는 브랜드를 천천히 찾아가도 늦지 않으니, 초반에는 브랜드보다 연습구/시합구 구분에만 신경 쓰는 걸 추천합니다.
새 공 살 때 확인하면 좋은 것
시합구는 압축 캔에 밀봉 포장되어 있어서, 매장에서 캔을 개봉할 때 "치익" 하는 압력 빠지는 소리가 나는지 확인해보면 좋습니다. 이 소리가 크고 선명하게 난다면 캔 안의 압력이 잘 유지되고 있었다는 뜻이고, 소리가 약하거나 거의 안 난다면 보관 중에 이미 압력이 조금 새어나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연습구는 이런 압력 개념이 없어서 소리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대신 표면 펠트가 고르게 나 있는지, 눌러봤을 때 한쪽만 유난히 물렁하지 않은지 정도는 살펴보고 고르는 게 좋습니다.
한 번에 몇 개나 사야 할까
레슨을 정기적으로 다닌다면 연습구는 최소 3~4개 정도, 여유가 되면 한 통(보통 3~4개입) 이상을 구비해두는 걸 추천합니다. 연습 중에 공이 코트 밖으로 자주 나가거나 그물에 걸려 못 찾는 경우가 흔해서, 여분이 없으면 연습 흐름이 자주 끊기게 됩니다. 시합구는 그날 같이 치는 인원과 게임 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한두 통 정도를 돌려쓰다가 탄성이 떨어지면 새 걸로 바꾸는 식으로 운영하면 크게 무리가 없습니다.
초보자는 뭘 사야 할까
이제 막 라켓을 잡은 단계라면 연습구부터 시작하는 걸 추천합니다. 아직 스윙 궤적이나 힘 조절이 익숙하지 않은 시기에는 공이 자주 밖으로 튀어 나가기 마련인데, 연습구는 가격 부담도 적고 오래 쓸 수 있어서 부담이 덜합니다. 반대로 회사 동료나 지인들과 가볍게 게임을 할 때는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보통 시합구를 들고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굳이 따로 챙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시합구로 랠리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브랜드를 처음부터 깐깐하게 따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레슨용은 연습구, 게임용은 그 자리에서 통용되는 시합구로 구분해서 쓰는 정도만 알아도 충분하고, 브랜드는 나중에 감각이 좀 붙은 뒤에 취향에 맞는 걸 찾아가도 늦지 않습니다. 공을 살 때는 두 종류를 섞어서 한두 통씩 구비해두고, 평소 연습은 연습구로, 사람들과 어울려 칠 때는 시합구로 번갈아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구매처는 오프라인 스포츠 매장에서 직접 눌러보고 사도 되고, 브랜드가 정해져 있다면 온라인으로 여러 통을 한꺼번에 주문해두는 것도 편리합니다. 어떤 공을 쓰든 중요한 건 공 자체보다 꾸준히 라켓을 휘두르는 시간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사소해 보이는 이런 구분들이, 나중에 라켓이나 스트링처럼 더 복잡한 장비를 고를 때 스스로 기준을 세우는 데에도 은근히 도움이 됩니다. 결국 공 하나 고르는 것도 테니스에 조금씩 익숙해지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하니, 사소한 선택 하나하나가 덜 부담스럽게 느껴졌습니다.